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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학회 뉴스레터 2022년 9월
[과학이슈] 인류의 마지막 질병: 노화 극복

인류의 마지막 질병: 노화 극복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융합연구단

권은수 (eunsoo.kwon@kribb.re.kr)

서론

2018년은 전 세계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약 7500만명, 5세 미만 인구는 약 68000만명에 그쳐, 인류 역사상 최초로 노년 인구가 유아 인구를 넘어선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렇듯 고령화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개인적으로는 노년의 삶의 질 저하, 국가 사회적으로는 보건 의료, 정치, 경제 등 지금껏 인류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노령인구의 면역 취약성으로 인해 고령층의 치명율 위험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노화는 고혈압, , 당뇨, 치매, 심혈관 질환, 감염병 등의 공통 위험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최근 들어 노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개발을 통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시각이 변화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국제보건기구 WHO 2018 ICD-11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11)의 질병 분류에 노화 (old age)에 질병코드(MG2A)를 부여하는 등 노화를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선언하였다.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에 노화는 모든 노인성질환의 선행질환으로 인정될 것이며, 실제 해외 선진국에서는 노화극복 임상연구(first in class)를 목표로 정부 및 글로벌 기업 주도로 노화극복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NIA 의 예산은 최근 6년간 두배가 넘게 증가하고 있으며 (아래 그림),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은 항노화 연구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2013년에 칼리코(Calico)를 설립하고 세계 최고의 생명공학자, 인공지능 전문가를 영입해 인간 수명 연장을 목표로 노화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의 메이요 클리닉과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는 나이가 들면 축적되는 노화세포를 제거할 수 있는 세놀리틱스(Senolytics)를 임상시험 중에 있다. 또한 알카헤스트(Alkahest)는 젊은 사람의 혈액애서 발견되는 성분을 의약품화해서 노인성 뇌질환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이용한 항노화 벤처기업 알토스랩에 투자를 하는 등 미국 위주로 항노화 시장의 선점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발병한 노인성 질환의 개별적인 대응보다 선행질환인 노화를 진단·예방·치료함으로서, 전제 노인성 질환의 예방 및 발병을 지연시키는 건강수명 증진 연구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아래 그림). 이글을 통해 노화극복을 위한 노화연구자의 연구 성과 및 최근 시작된 국내 노화융합연구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본론

노화 치료를 위한 R&D 역사

노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현재 임상개시 수준의 오른 항노화 기술의 시작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식을 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보고(1934)이후 소식효과 약물을 찾고자 하였고, 혈액 속에 노화를 되돌리는 인자가 있다는 연구는 1950년대에 처음으로 보고가 되었다. 또한 세포노화라 불리는 Hayflick limit 1961년에 보고가 되었다.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2019년에는 이들을 이용한 항노화임상연구가 개시되는 등 앞으로 노화 마커를 이용한 노화 진단, 맞춤형 노화 치료기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등을 활용한 노화 치료 시장이 활발히 발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현재 다양한 모델생물에서 건강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이 밝혀진 노화 치료 방법은 혈액에서 발굴한 역노화 물질 주입
, 식이 제한 모사 전략, 노화 세포 제거, 부분적인 세포 리프로그래밍, 장내미생물을 이용한 역노화기술 등이 있다. 이 중 앞의 3가지 기술을 활용하여 임상연구가 개시되었다.



알카헤스트 ALKAHEST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젊은 피를 투여하는 소규모 임상 시험을 수행하여 일상생활 능력이 향상되고 치매 증상 억제 효능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2019년에 발표하였다. 또한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에서는 노화 세포를 제거해 나이 든 생쥐의 운동 능력을 젊은 수준을 회복할 뿐 아니라 건강 수명까지 연장하는 약물이 인간에게도 효능이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대응하여 메이오 클리닉에서는 노화 세포 제거 약물의 바이러스 감염 억제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metformin은 소식에 의한 건강노화효과를 모사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를 이용한 항노화 임상이 2019년부터 6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아직 임상수준까지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분화가 끝난(노화된?) 체세포를 줄기세포(젊은 세포?)로 전환시키는(회춘시키는?) 인자인 야마나카 인자를 이용해 노화된 마우스의 시신경 회복 및 시력을 되돌리는 연구가 보고되었고, 젊고 건강한 마우스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했을때, 조로마우스의 노화 표현형이 개선되는 연구가 보고되었다. 이글을 통해 몇가지 최근 사례를 소개함으로서, 노화가 극복가능하다는 공감대를 얻고자 한다.

 

우리 몸 안에 해결책이 있다

젊은 피는 건강노화에 필수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귀족들은 검투사의 피를 마셨고, 피의 백작 부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에르체베트 바토리의 경우 젊음과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 여성을 살해한 뒤 그 피로 목욕을 하거나 드라큘라처럼 피를 마셨다고 한다. 정말로 젊은 핏속에 노화를 억제하는 인자가 있을 것인가? 흥미롭게도 연령대가 다른 마우스의 혈관을 연결해 혈액을 공유하는 병체 결합(parabiosis)시 노화 마우스의 근육, , 심장 세포가 회복된다는 결과가 2005년 《네이처Nature》에 보고되었다. 이후 수많은 연구를 통해 혈액내의 노화를 조절하는 단백질, 핵산, 대사물질 등이 보고되었다





이 중에는 노화를 촉진하는 노화인자인 b2 microglobin, CCL11 과 노화를 억제하는 인자인 TIMP2, Apelin, GPLD1 등이 알려져 있지만, 임상 수준의 안정성, 효능을 가진 인자를 찾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운동에 의한 건강노화 증진 효능 역시 혈액내 인자를 통해 전신으로 전달된다는 보고가 있다. 운동을 한 노화마우스의 혈액을 운동을 하지 않는 늙은 생쥐에 주입하면 신경세포 수가 증가하고 인지 기능이 향상된다. 운동에 의한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것도 혈액을 매개로 이루어 지며, 혈액을 통해 개체가 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혈액내의 노화를 조절하는 인자를 찾고 이를 활용해 노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젊어지기 위해 죽여라

내안의 적, 노화세포를 제거하라!

사람의 세포를 꺼내 dish 에서 키우면 일정 횟수 이상 분열 후에는 증식을 멈추는 것이 알려져 있고, 이를 노화의 원인이라 주장하는 이론이 있다. 1961년 첫 보고 후 30년이 지나서야 세포의 분열 횟수를 기록하는텔로미어telomere’ 가 세포 분열마다 짧아지며, 일정 길이 이하로 짧아지게 되면 세포 분열이 정지하게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외에 다양한 원인으로 분열이 멈춘 세포를 노화 세포(senescent cell)라 부른다. 하지만 세포 노화 현상이 실제 우리 몸의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며 개체 노화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이 현상이 dish 배양의 인위적인 결과일 것이라는 여겨져 왔다.

하지만 50년이 지나 세포노화가 개체노화의 원인임이 보고되었다. 노화세포를 특이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형질전환 마우스는 백내장을 포함한 퇴행성 질환의 발생이 늦춰지거나 나타나지 않았고 더 늙은 나이까지 운동 능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수명도 늘어났다 (아래 그림). 



이런 노화세포를 특이적으로 타겟으로 하는 약물 개발, 면역세포을 이용한 노화세포 제거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모델에서 노인성 질환의 발병을 늦추고, 인지능력, 운동능력을 개선할 수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미래 기술로 조명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노화의 원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며, 특정 노화 세포를 타겟으로 하는 기술, 노화 세포 표면 단백질을 인지해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항노화 백신 등이 가능할 것이다.

 

항노화 약물?

하루에 한 알씩 anti-aging pill

노화를 억제하는 알약이 존재할 것인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2003년부터 마우스 모델에서 수명 연장 약물의 효과를 검증하는 프로그램Interventions Testing Program (ITP)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42개의 약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였고, 마우스에서 10퍼센트 이상의 평균 및 최대 수명 증진 효능이 있는 물질 (라파마이신, 아카보즈, FGF21, 글라이신 등)을 발굴 하였다 (https://www.nia.nih.gov/research/dab/interventions-testing-program-itp). 

2019년에는 노화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임상 시험,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이 시작되었다. 1998년 당뇨병 환자에 10년간 메트포르민을 투여하며 추적 관찰한 결과, 투여 그룹에서 당뇨로 인한 사망률이 42퍼센트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당뇨와 연관되지 않은 사망률도 36퍼센트나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되었다. 53건의 메트포르민 임상 시험을 메타 분석한 연구에서는 심지어 메트포로민을 투여하지 않은 정상인보다 메트로민을 투여한 당뇨 환자의 사망률이 낮게 나오기도 하였다. 이를 근거로 2019년 인류 역사 상 최초로 항노화 임상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TAME은 암, 치매, 뇌졸중 등 다양한 노인성 질환의 발병 정도, 노인 사망률, 인지기능 운동능력 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하는 임상 시험을 하고 있고, TAME 의 성공여부는 다른 항노화 임상의 이정표로 작용할 것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와 역노화 장내미생물

세포를 되돌리면 개체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흥미롭게도 역분화 기술(만능줄기세포 IPS유도)을 생쥐에 적용해, 짧은 시간 IPS 유도 유전자(Oct4, Sox2, Klf4, Myc)를 발현하면 세포 노화의 특성이 사라지고, 수명이 연장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에는 망막 시신경 세포에 IPS 유도 유전자 중 일부를 발현시키면, 시신경이 젊어져 시각 손상을 회복시킬 수 있음이 밝혀졌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한 항노화벤처 알토스램은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이용한 항노화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외에, 조로마우스모델의 장내미생물을 젊은 마우스의 장내미생물로 교체를 하자 노화 표현형이 개선되고 수명이 늘어나는 등 노인성 질환 및 노화를 조절하는 장내미생물을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실례지만 몇 살(생체나이)이세요?

지금까지 노화가 극복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를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노화를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바로 노화를 진단하는 것이다. 당신이 노화 치료의 대상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항노화 약물을 먹었을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진단할 수 있는 표준화 기술(생체나이 진단 기술)이 없다면 근거기반 항노화 기술의 개발이 불가할 것이다. 최근까지 인간의 노화 정도를 표준화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라고 생각되어 왔지만, 바이오 빅데이터가 축적되고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후성유전체 기반 생체노화시계의 존재가 드러나게 되었다. 2019년에 캘리포니아의 과학자들은 51∼65세 사이의 남성 9명에게 성장 호르몬과 2개의 당뇨병 약을 투여한 결과흉선퇴화가 억제되고, 면역 기능을 활성화 되었으며, 생체나이는 평균 2.5년이 줄어드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를 근거로 현재 더 큰 규모의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미국 FDA가 후성유전학적 생체나이를 항노화 임상 시험의 판단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보다 정교한 분자노화시계의 개발, 더 많은 관련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항노화기술개발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이상으로 노화를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연구 동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제 인류는 과거에 가지지 못했던 수단들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이용하여 인류의 마지막 질병인 노화를 극복하는 첫 걸음을 떼었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맺음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3년뒤인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1%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성 만성질환의 유병율 증가로 인해, 우리나라 노인의료비는 2020년 약 37조로 전체 의료비의 43% 수준이다. 이렇듯 노화는 고혈압, , 당뇨, 치매, 심혈관 질환 등 모든 노인성 질환의 선행질환으로서 개별 노인성 질환의 개별적인 대응보다 공통 요소인 노화를 극복함으로서, 전체 노인성 질환의 발병을 제어하는 기술의 개발은 고령화시대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막대할 것이다. 현재 항노화 기술개발은 미국중심의 항노화 스타트업 주도로 이루어 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개발의 시기를 놓치면 미국 제약회사의 코로나19 백신처럼 관련 시장이 종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막기위해 항노화 기술의 국산화, 국내 항노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많은 글로벌 제약사를 가진 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는 바이오 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당장 민간 기업이 항노화 기술개발에 진출하기 보다는 일정 수준에 오르기까지 정부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정출연 주도의 전주기 노화 R&D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하였다. ‘건강한 노년의 삶 실현과 항노화 바이오경제 이바지를 비전으로 내세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주도로 총 14개 산학연병 기관이 참여하는 노화치료 융합연구단이 그것이다. 동 사업의 노화 지연, 치료하는 융합기술 개발을 통해, 건강노화로 인한 행복한 노년의 삶을 제공하고, 국가적으로는 건강노화 신시장 창출 및 고령 의료비 절감을 통한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