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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학회 뉴스레터 2024년 3월
[과학이슈]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이 바꿀 우리의 미래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이 바꿀 우리의 미래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기현 교수 (kihyun.lee@ewha.ac.kr)


최근 크리스퍼 치료제에 대하여 여러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초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치료제카스게비 casgevy”202311월에 영국에서의 승인을 시작으로 바레인, 그리고 12월에는 미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고 2024 2월에는 유럽연합에서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 카스게비는 미국 FDA 12세 이상의 겸형 적혈구 빈혈증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허가받았지만 이후   2024 1월에는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이는 베타 지중해성 빈혈
환자들 중 혈관 폐쇄 위기가 재발하여 다른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한 승인이다
. 이 치료제의 가격은 미국에서 2.2 million 220만 달러로써 한화로 29억원으로 책정되었으며 영국에서의 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카스게비 치료제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CRISPR Therapeutics)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Vertex Pharmaceuticals)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두 회사는 2015년부터 엑사셀을 공동 개발하였고 카스게비라는 상품명으로 시장에 도입하였다. 협업과정에서 크리스퍼는 초기 디스커버리 (Discovery) 발굴 과정을 담당하였고 버텍스는 글로벌 임상 개발 및 생산ㆍ상업화를 맡아 각각 46의 비율로 개발 비용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이다. 버텍스는 개발연구과정에서 도출되는 크리스퍼-cas9 파이프라인 6개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를 획득하였으며, 그 대가로 크리스퍼에 약 1300억원 의 계약금을 지급하였다.

카스게비는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하여 CRISPR-Cas9으로 유전자 편집을 가한 뒤 각 세포에서 크리스퍼 시스템의 부작용, 오프타겟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환자에게 주입하게 된다. 카스게비 투여 전 환자는 항암제를 이용하여 체내의 혈액세포를 포함한 모든 면역세포 및 조혈모세포를 제거하고 유전자 편집된 조혈모 세포, 즉 카스게비를 주입받는다. 유전자 편집된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면역, 혈액 시스템을 재구성함으로써 환자는 자신의 태아 헤모글로빈을 가진 정상 적혈구를 생성하게 된다. (그림 1)

 

그림 1. 카스게비 치료제의 작동 원리

 

또한 128일 미국 식약청 FDA 는 블루버드바이오 (Bluebirdbio)가 개발한 겸형 적혈구 유전자 치료제 리프제니아 (Lyfgenia)도 승인하였다. 리프제니아는 베타 지중해성 빈혈 환자들을 대상으로 2022 FDA 승인을 받았던 진테글로와 마찬가지로 헤모글로빈의 베타 글로빈 87번째 아미노산을 바꾼 βT87Q 를 렌티바이러스로 발현시킨 치료제이다 (그림 2). 리프제니아는 카스게비와 마찬가지로 12세 이상 환자의 겸형 적혈구병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가격은 3.1 million 달러 즉 310만달러로 카스게비보다 비싸게 책정되었다. 이는 신약이 기존 치료와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미국 임상경제검토연구소 (ICER) 에서 리프제니아를 카스게비와 비교하여 더 안전한 약물로 평가한 것에 영향 받았다고 여겨진다. 원하지 않은 곳의 DNA를 조작하는오프타겟’은 크리스퍼 치료제가 극복해야할 가장 큰 난관이다. 따라서 ICER는 임상에서 보인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를 근거로 리프제니아에 ‘B+’, 카스게비에 ‘C++’ 등급을 부여함으로써 오프타겟불확실성이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은 카스게비 치료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였다. 이는 최초의 크리스퍼 치료제 승인이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버텍스는 크리스퍼의 특허분쟁의 결과로 특허를 소유하게 된 MIT 펭장 그룹의 에디타스 메디슨 회사에 총 1억달러 규모의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하여 이후 특허 분쟁의 결과가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사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끝이 나지 않는 크리스퍼 특허 분쟁 또한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의 또다른 난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2. 진테글로와 리프제니아의 원리

 

앞으로 크리스퍼 치료제는 더욱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3).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의 현재 치료 분야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빈혈과 같은 혈액질환 그리고 CAR-T 와 같은 면역항암 치료제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면역항암제의 좋은 예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의 CTX110의 경우이다 (그림 3).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유전질환과는 다르게 암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악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무엇보다도 빠르게 치료제를 제조하여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는 자가이식의 경우 환자의 세포를 채취하여 CAR 키메라 항원 수용체을 도입하는데 최소 3주의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환자들의 면역계가 이미 망가져 있기에 건강하지 않은 T면역세포가 채취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세포를 공급받아 제작하는 동종유래 세포치료제가 더 나은 방안일 수 있다. 즉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미리 T면역세포를 채취하여 CAR-T 세포치료제를 제조해 놓으면, 이후에 다른 환자가 암진단을 받자마자 그 즉시 투여가 가능하다. 또한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유래된 고품질의 치료제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량 생산할 수 있기에 현재 환자맞춤형으로 몇억에 이르는 치료제 가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수 있다.

이러한 동종유래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이러한 면역반응들을 억제하기 위한 유전자 조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크리스퍼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즉 먼저 동종유래 CAR-T 세포가 환자 면역세포로부터 공격당하지 않도록 MHC 유전자를 제거한다. 제거된 MHC 로 인하여 NK 세포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NK 세포의 억제 수용체와 결합하는 억제 리간드를 발현시킨다. 또한 동종유래 CAR-T 세포가 환자의 정상세포를 공격하지 않도록 환자세포의 MHC 와 결합할 수 있는 TCR 유전자를 제거한다. 이 경우 동종유래 CAR-T 세포는 더이상 환자세포과 결합 불가능하고 원래 목표인 암세포만 인식하여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TCR 유전자가 제거된 자리에 키메라 항원 수용체 CAR 유전자를 넣어 안정적인 CAR의 발현을 확립할 수 있다 (그림 3).



그림 3. CTX110 치료전략 및 작동원리

 

하지만 많은 유전질환이 조혈모세포 외 신체 전 기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크리스퍼를 인체 내에 전달해 치료하는 생체 내 in vivo 치료제 개발이 시작되면 그 파급력이 더 크게 다가오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체내로 직접 주입되는 유전자 편집 물질들이 주로 간세포로 전달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in vivo 유전자 편집을 사용한 치료제는 주로 간세포의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인텔리아 테라퓨틱스 (Intellia Therapeutics)의 트렌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ATTR (Transthyretin Amyloidosis) 치료제와 버브 테라퓨틱스 (Verve Therapeutics)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치료제가 현재 임상 연구에서 높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4).

 

그림 4. 크리스퍼 치료제 개발 현황


2012년 제니퍼 도우드나와 엠마뉴엘 샤르펭티어가 크리스퍼 시스템이 유전자 가위로써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 지 11년만 그리고 두 연구자가 2020년 노벨상을 받은지 3년만에 최초의 크리스퍼 치료제가 승인되었다. 카스게비 승인으로 크리스퍼 기술이 단순히 유전자 가위 도구가 아닌 치료제로써 사용될 수 있음을 널리 알려졌다. 이렇듯 인류가 스스로의 유전정보를 조작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우리 사회는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의 크리스퍼 기술의 사용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인류가 최초로 달에 상륙하여 첫 발을 내디뎠을 때와 비견되는 인류사의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치료제를 다양한 조직에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