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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학회 뉴스레터 2020년 12월
[과학이슈] 오가노이드와 신약개발
오가노이드와 신약개발

오스트리아 과학 아카데미 분자생화학연구소 구본경 박사 
Institute of Molecular Biotechnology of Austrian Academy of Sciences (IMBA), Bon-Kyoung Koo


아직 한국에서 오가노이드와 신약개발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두가지 상반된 반응이 나옵니다. 한 편에서는 신약개발과 오가노이드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의견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앞으로의 신약개발에서 오가노이드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는 의견입니다. 필자는 양측 의견이 모두 일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와 같이 상반된 의견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오가노이드라는 질병모델이 가지는 장점과 단점에서 기인합니다.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러나 일부는 유용하다.)라는 문장은 통계학에서 나온 말이지만, 요즘은 과학 전반에서 쓰입니다. 어쩌면 이 문장은 의생명과학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질병모델에도 정확하게 적용되지 싶습니다. 따라서 오가노이드 기반의 질병모델을 잘 활용하고자 한다면, 오가노이드 모델이 가지는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아는 것이 출발점이라 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필자의 전문분야인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오가노이드 (이하 오가노이드)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가노이드 모델의 한계점입니다. 우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오가노이드 (Organoid)는 장기 (Organ)가 아닙니다. 유사장기입니다. 대부분의 성체줄기세포 오가노이드는 모사하고자 하는 장기의 상피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상피조직을 키워낸 상피세포 배양체입니다. 보통 장기에는 상피조직과 더불어 다양한 중간엽세포, 면역세포, 혈관세포, 신경세포, 그리고 근육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피조직만으로 이루어진 오가노이드에서는 다양한 세포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기 어려우며, 세포간 교류가 망가져서 생겨나는 다양한 질병을 모델링하기에는 부적절합니다. 비록, 중간엽세포, 면역세포, 혹은 혈관세포를 섞어 넣어서 좀 더 다양한 질병모델을 만들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모든 종류의 세포가 실제 장기처럼 제자리에 있도록 하기는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다만, 이러한 단점들이 되려 장점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만성질환들의 경우 정확한 원인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실제로 생쥐모델을 이용하더라도 다양한 세포들 간의 상호작용을 모두 추적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런 경우 오가노이드 모델은 배양 시스템에 상피세포와 면역세포 혹은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만 따로 넣어줄 수 있어, 다른 세포들과의 상호작용을 배제한 상태에서 두 세포들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좀 더 정교하게 연구할 수 있는 환원주의적 플랫폼을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생쥐모델과 함께 활용이 된다면 이러한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가노이드로 모델링하기 어려운 질병을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비만이나 2형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을 오가노이드로 모델링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사질환의 특정 바이오마커 변화를 오가노이드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신약을 스크리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인 약효는 동물 모델이나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요즘 큰 관심을 갖는 면역항암요법을 테스트하는 플랫폼으로 쓰기에도 오가노이드 모델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이 분야에서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정교한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면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공배양하는 방법에서 큰 진전이 있어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과민면역반응이나 자가면역반응에 의해서 야기되는 질병들도 오가노이드로 모델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기존에 활용되던 생쥐 모델이나 영장류 모델을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성체줄기세포 오가노이드로는 뇌나 심장과 같은 장기유사체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퇴행성 뇌질환이나 심장병과 같은 질병들은 유도만능줄기세포 (iPSC)를 활용한 오가노이드들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럼 이렇게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오가노이드 모델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최근에 발표한 리뷰논문에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0-020-0259-3).

 

장점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기존 모델들의 단점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오가노이드 이전에 활용된 질병모델들은 다양한 동물모델과 세포주들이 있습니다. 우선 동물모델이 갖는 가장 큰 한계점은 생쥐와 같은 포유동물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인간과 생쥐에서 발생하는 종간 차이 때문에 인간의 질병을 직접적으로 연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정상적인 생쥐에는 코비드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SARS-CoV-2)가 감염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쥐의 바이러스 수용체를 인간의 것으로 바꾸어 줘야 합니다. 이를 Humanized Mouse라고도 합니다. 다만 특정 단백질을 인간화하여 바이러스 감염을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질병에서 보이는 모든 특징이 생쥐에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생쥐를 치료하는 화합물을 발견해도 해당 화합물이 인간에서도 효과가 있을 지는 종간 차이로 인해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또한 생쥐의 경우 상당한 양의 화합물을 합성해서 테스트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에 투자되는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 정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 인간의 줄기세포를 활용한 오가노이드로 인간질병을 연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으로 학계는 예상합니다.

 

의생명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또한 지난 수십년간 인간의 몸에서 유래된 세포주들을 (대부분 암에서 유래) 활용해 왔습니다. 많은 경우 플라스틱 접시의 배양액 속에서 2차원적으로 세포들이 퍼져서 자랍니다. 가장 유명한 세포주로는 1951Henrietta Lacks라는 여성의 자궁경부암에서 분리된 HeLa 세포주가 있습니다. 암세포 조직 제공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립된 HeLa 세포주가 전세계 거의 모든 생물학 실험실에서 사용 중이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세포주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접시에 적응해서 자라면서 본래의 특성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고, 유전체 정보도 엉망이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한 세포주에서 보이는 생물학적 현상이 다른 세포주에서는 재현이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요즘은 세포주 한 두개에서 연구한 내용으로 크게 인정받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그만큼 세포주만을 기반으로 한 결과를 과학자들이 회의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세포주 연구는 인간의 생명현상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했으며, 현재 사용중인 많은 신약들의 개발과정에 활용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low-hanging fruit’ (낮게 달린 열매)로 표현되는 쉬운 목표들은 세포주 연구로 충분히 달성 가능했지만, 좀 더 고차원적인 질병모델링이 필요해지면서 세포주 모델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인천 갈 때 비행기 탈일 없듯이 오가노이드 기술이 도입된 현재에도 세포주는 자체적으로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는 모델입니다. 결국 적절한 목적에 최적의 모델을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앞의 두 단락에서 어느 정도 감을 잡으신 분들도 있을 듯합니다만, 결론적으로 오가노이드 모델은 생쥐모델처럼 복잡한 현상을 재현하기는 어렵지만, 세포주보다는 다양한 표현형을 볼 수 있는 중간형 모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가노이드 모델은 세포주보다는 좀 더 고비용의 배양체이지만, 생쥐로 하는 실험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의생명과학분야에서 활용한 생쥐와 세포주 사이에는 모델로서 큰 간극이 있었는데, 오가노이드 모델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며, 동시에 양쪽의 좋은 장점을 가지는 모델로 이해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비행기보다는 느리지만, 앞으로 도입될 GTX가 서울과 인천 사이의 물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데 사람들이 큰 기대를 갖는 것과 같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질병모델에 대한 예시를 보여드리고, 어떤 활용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백인에서 흔한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이라는 유전병의 경우입니다. 낭포성 섬유증은 CFTR이라고 하는 염소 이온 채널 유전자가 망가져서 생기는 질병입니다. CFTR 채널이 망가지면 염소 이온 이동을 통해 점액질로 물 분자가 이동하는데 문제가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점액질의 수분이 줄어서 굳게 되면서, 병원균에 감염이 쉬운 상태가 됩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40대 전후까지 밖에 생존을 못하는 유전병입니다. 기존의 방법으로 CFTR 채널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요. 오가노이드는 3D 형태로 자라기 때문에, CFTR 채널의 활성화로 점액질에 물 분자가 이동함에 따라 내부 팽압이 생겨 오가노이드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생깁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이용해서 쉽게 CFTR 채널의 활성도를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한 실험법은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이 CFTR 채널 활성도에 미치는 영향을 빨리 측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떤 신약이 어떤 환자들의 CFTR 채널 돌연변이에 적합한 지도 단기간에 알려주게 되었습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는 낭포성 섬유증을 가지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가노이드 테스트를 수행하여, 버텍스 (Vertex) 사의 낭포성 섬유증 시약에 대한 반응성을 검증하고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로는 암오가노이드 모델이 있습니다. 환자의 암조직을 이용해서 암세포주를 만들어 많은 연구가 진행이 되었지만, 암조직에서 암세포주를 만드는 성공률은 10% 미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그동안 연구한 암세포주는 플라스틱 접시의 배양액에서도 살아남는 지독한 암들이고, 어쩌면 좀 더 쉽게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는 90%의 암에 대한 적절한 배양법은 없었던 것이죠. 암오가노이드 배양법을 활용하면 다양한 장기의 암들에 대해서 적어도 50% 많게는 90% 가까운 성공률로 암오가노이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암세포주로는 연구할 수 없었던 나머지 90% 암들의 상당수를 확보해서 연구를 할 수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암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암에서 구축한 암오가노이드를 이용해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측정하여, 가장 성공률이 높은 약제를 선택해서 제공하는 환자맞춤형 치료도 가능해집니다. 암오가노이드가 질병모델로서 가지는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크라운바이오 (CrownBio)사는 오가노이드 원천기술을 보유한 허브 (HUB)사와 암오가노이드를 활용한 CRO 서비스에 대한 전속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오가노이드 모델은 전염병 연구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집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연구할 수 있었던 바이러스들은 대부분 세포주 모델이 잘 구축된 경우들입니다. 세포주 모델이 있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치료제가 개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적절한 세포주가 없는 경우이고, 또 새로운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적절한 세포주를 빨리 찾아야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심한 구토와 설사병을 야기하는 노로바이러스 (Norovirus)는 오랜 기간 바이러스 배양이 가능한 세포주 모델이 없었는데, 인간의 소장오가노이드를 이용해서 2016년 처음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합니다. 가장 최근에 코비드19 판데믹을 일으킨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SARS-CoV-2)의 경우도 다양한 오가노이드를 활용해서 많은 연구가 단시간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유행했던 지카바이러스 (Zika Virus)가 소뇌증을 유발하는 지에 대한 실험적인 근거도 뇌오가노이드를 활용하였습니다. 이처럼 기존에 불가능했거나 쉽지 않았던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많은 전염병 연구에 오가노이드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가노이드 모델이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이 되려면 다양한 화합물에 대한 스크리닝이 가능해져야 합니다. 다만, 2차원 배양체인 세포주에 비해 대규모 스크리닝을 하기에는 기술적으로 어렵고, 높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아직은 제약사들에서 적극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스크리닝을 한다고 해도 기존에 많이 활용된 테스트법 (세포증식 및 세포사멸)3차원 배양체에 바로 적용했을 때에도 문제가 있으며, 나아가 신호전달의 세기를 측정하는 다양한 검사법에 필요한 유전자전달법 (Transfection)이 쉽게 적용되지 못하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가노이드 모델을 신약개발에 이용한다면, 기존의 전임상모델인 세포주를 활용한 대규모 스크리닝 이후에 활용을 하거나 이미 개발된 후보물질들 중에 가장 효과적인 물질을 고르는 작업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또한 오가노이드 모델이 세포주와 동물모델의 간극을 메워주는 중간형 모델이라는 측면에 잘 부합한다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오가노이드 모델로 대규모 스크리닝이 어렵기 때문에 오가노이드 모델의 장점을 활용해서 스크리닝 자체를 스마트하게 설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세포주에서는 세포증식, 세포사멸, 혹은 각종신호전달과 같은 단순한 생명현상들을 주로 분석합니다. 반면에 오가노이드 모델은 위의 생명현상에 더해 줄기세포의 유지, 다양한 세포의 분화, 상피조직 재생 등의 현상들을 관찰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스위스 바젤의 FMI연구소 교수인 프리스카 리베라리 (Prisca Liberali)Paneth 세포와 흡수세포 (Enterocyte)의 분화마커 염색법을 이용해서 생쥐 소장 오가노이드의 분화 및 재생에 대한 분석을 노바티스사 (Novartis) 에서 제공한 수천여 종의 화합물에 대해 수행하였고, 결과적으로 재생에 관여하는 새로운 신호기전을 발굴하여 Nature지에 발표를 함과 동시에 재생을 유도하는 원천물질에 대한 특허도 챙겼습니다. 리베라리 교수가 수행한 연구는 다양한 마커에 대한 분석을 1번의 스크리닝에서 확인함으로써 적은 수의 화합물이지만 새로운 발견을 할 확률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논문에서는 총 7종류의 표현형을 분석하였는데요, 3,000 종 가까운 화합물을 이용해서 7가지 다른 생명현상에 적용함으로써 다양성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표현형 분석을 이용한 스크리닝법은 기존의 질병표적에 대한 스크리닝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은 특정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 표적을 우선 발굴한 다음에 표적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약물을 찾고, 찾아진 약물이 실제로 질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를 확인해 봅니다. 이 경우 처음에 찾아진 표적이 정확하지 않으면 차후에 수행되는 모든 스크리닝이 성공적이라고 하더라도 찾아진 화합물이 질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명한 예로 알츠하이머 질병의 아밀로이드베타 (Amyloid-β) 가설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의 치료를 위해 20년이 넘도록 아밀로이드베타라는 표적을 공략했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천문학적 자금의 투입 이후에서야 아밀로이드베타 가설에 대한 회의론이 생겨났습니다. , 질병표적에 대한 스크리닝은 확실한 표적이 선행되어야 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초연구 또한 천문학적 비용을 요구합니다.

 

반면에 표현형 분석을 이용한 스크리닝은 인간의 질병을 정확하게 모사하는 질병모델 확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정확한 질병모델만 있으면 많은 약들 중에서 질병증상을 억제하거나 완화하는 약제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기존의 세포주로는 인간의 질병을 자세하게 모사하는 질병모델을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또 생쥐를 사용하게 되면 비용적인 문제로 대규모 스크리닝이 불가능했습니다.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질병모델은 세포주보다 명확하게 질병을 모사할 수 있기 때문에 표현형 분석을 위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고 여겨집니다. 뿐만 아니라 표현형을 이용한 스크리닝은 표현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세포내 모든 타겟들이 표적이 되기 때문에 1개의 표적단백질을 이용해서 스크리닝을 하는 경우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신약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질병의 원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어도, 모든 타겟을 다 찾아내지 않아도 우선 신약후보물질부터 찾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프리스카 교수의 경우에도 표현형 스크리닝을 통해서 내장상피에서 작용하는 레티노산 신호전달과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동시에 찾은 경우입니다. 표현형 분석 스크리닝을 잘 활용한다면 질병의 치료에 중요한 표적 발굴과 동시에 신약후보물질을 찾을 수 있고, 이는 질병의 구체적인 분자기전을 모르더라도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으므로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오가노이드 모델은 세포주와 생쥐모델의 간극을 좁혀주고, 기존에 어려웠던 질병모델링 (: 낭포성 섬유증, , 각종 바이러스성 질환)을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오가노이드 모델은 표현형을 기반으로 한 신약후보물질 스크리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질병의 구체적인 분자적 기전을 모르거나 중요한 표적이 없는 상황에서도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동시에 새로운 표적도 찾을 수 있는 신개념 플랫폼입니다. 따라서 이미 표적단백질이 있거나, 오가노이드로 연구하기 어려운 면역기능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려는 분들에게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모델일 것이지만, 아직 연구가 미흡하고 표적단백질도 없지만 오가노이드로 질병모델링이 가능한 경우에는 표현형분석을 통해서 전례 없는 속도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 될 수도 있는 모델입니다. 결국에는 각 연구자의 창의력에 따라 최고의 신기술이 될 수도 있고, 쓸모 없이 골치만 아픈 군더더기 모델일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에 소개한 문구로 마무리합니다 -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 (모든 모델은 틀렸다. 그러나 일부는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