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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학회 뉴스레터 2020년 9월
[과학이슈] CRISPR-Cas9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 마우스 모델

울산대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성영훈 교수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인 원칙 중의 하나는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먼저 실험동물에서 그 안전성과 효용성을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마우스 모델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근래에 들어 세균이 갖고 있던 면역체계인 CRISPR-Cas9 시스템이 세포 수준에서의 유전자 교정 능력을 바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으로써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CRISPR-Cas9 시스템도 결국 치료제로써 환자에게 적용된다면, 다른 신약들과 동일하게 마우스 모델에서 가장 먼저 그 효용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이 글에서는 CRISPR-Cas9 시스템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언급한 후에 대표적인 논문들을 중심으로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치료 연구에 사용되는 마우스 모델의 활용을 기술하고자 한다.

 

미생물에 존재하는 CRISPR-Cas9 시스템은 DNA를 자를 수 있는 2개의 nuclease motif를 가지고 있는 Cas9 단백질과 이에 결합하는 CRISPR RNA (crRNA)와 transactivating crRNA (tracrRNA)로 구성된다(1). CRISPR-Cas9 시스템이 나타내는 DNA 염기서열에 대한 특이성은 바로 crRNA에 의해서 결정된다. 연구자들은 crRNA와 tracrRNA를 연결하여 single-strand guide RNA (sgRNA)를 만들어도 CRISPR-Cas9 시스템이 잘 작동한다는 것을 보였다. Cas9 단백질은 타겟 DNA 상에 존재하는 protospacer adjacent motif (PAM)이라는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게 되는데, 이는 박테리아의 종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주로 GC-rich 염기서열을 인식하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Streptococcus pyogenes Cas9 (SpCas9)의 경우 NGG를 인식한다. Cas9이 PAM을 인식한 후, sgRNA가 타겟 DNA의 PAM 앞부분 20개의 염기와 서로 상보적이면 두 가닥의 DNA를 동일 위치에서 잘라서 blunt end로 만든다. 즉, SpCas9이 타겟 DNA를 자르도록 하려면 NGG를 찾아서 그 앞의 20개의 염기서열을 sgRNA에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Cas9에 의해 잘려진 DNA는 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또는 homology-directed repair (HDR)에 의해서 복구가 되는데, 이 현상들을 유전자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NHEJ는 잘려진 DNA를 바로 붙이는 작용인데, 그 과정에서 매우 빈번하게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따라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coding region을 공략하게 되면 frameshift 돌연변이가 일어나 단백질 생산이 차단되거나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생산되게 된다. 결과적으로 유전자의 knockout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HDR은 복구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매우 적으며, 손상된 DNA를 복구하기 위해서 Cas9에 의해 잘린 부위와 동일한 염기서열을 갖는 homologous DNA template을 필요로 한다. 이때, 특정한 염기서열이 바뀐 template DNA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돌연변이 없이 원하는 염기서열을 Cas9에 의해 잘린 부위에 복사해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이용해서 환자에게서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치료의 원리가 된다.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해서 유전자치료를 연구하려면 일단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질환모델 마우스가 필요하다. 최초의 연구 중의 하나는 진행성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DMD)의 마우스 모델인 mdx 마우스를 사용해서 수행되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mdx 마우스는 X 염색체에 위치하는 dystrophin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DMD를 나타낸다. Mdx 마우스에서는 dystrophin 유전자의 exon 23에 위치하는 하나의 codon이 stop codon으로 바뀌어 질병이 유발된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돌연변이를 자를 수 있는 CRISPR-Cas9 시스템과 HDR을 통한 교정을 위해 단일 가닥(single-stranded) DNA (ssODN) template을 제작하여 mdx 마우스의 수정란에 미세주입하고, 대리모에 이식하여 새끼가 태어나도록 했다(2). 태어난 새끼들을 조사한 결과 계획했던 대로 mdx 돌연변이가 HDR에 의해 교정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CRISPR-Cas9을 이용한 유전자 치료 마우스 모델 >

 


초기에 이러한 실험들은 마우스 모델에서 얻어진 수정란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하여 germline DNA의 돌연변이 교정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데에 의미를 갖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개체에서의 질병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개체에서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는 hereditary tyrosinemia type 1 (HT1)의 질환모델인 fumarylacetoacetate hydrolase (Fah) 돌연변이 마우스를 사용해서 이뤄졌다(3). FAH는 간세포에서 일어나는 타이로신의 분해에서 마지막 단계를 담당하는 효소인데, HT1은 이 효소가 결핍됨으로 타이로신의 중간 대사체가 축적되어 간세포를 모두 죽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연구자들은 Cas9과 sgRNA를 암호화하는 발현벡터 DNA와 유전자교정에 필요한 ssODN template를 꼬리 정맥을 통해 직접 주입(hydrodynamic injection)함으로써 질환모델 마우스의 간에 전달했다. 실험결과는 질환모델 마우스의 HT1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유전자 교정이 일어났음을 보였다(3).


하지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직접 DNA를 주입하는 방식인 hydrodynamic injection은 부적절하며, 임상적으로 그 안전성이 입증된 Adeno-associated viral (AAV) 벡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에 사용되었던 Cas9은 Streptococcus pyogenes에서 분리된 SpCas9으로써, 이를 암호화하는 cDNA의 길이만 4.1 kb가 넘기 때문에, packaging capacity가 4.5 kb 정도인 AAV 벡터에 집어넣어 사용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Cas9의 조직 특이적인 발현을 도모하기 위한 프로모터의 선택에 많은 제한이 따르고 sgRNA를 Cas9과 함께 하나의 AAV 벡터에 넣을 수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길이가 SpCas9 보다 짧은 Cas9이 존재하는지 검색하였고, 그 결과 3 kb 내외 길이의 Staphylococcus aureus Cas9 (SaCas9)과 Campylobacter jejuni Cas9 (CjCas9)이 개발됐다(4,5). 물론 작은 크기 덕분에 Cas9과 sgRNA를 하나의 AAV 벡터로부터 발현시킬 수 있었다. 이런 AAV 벡터 기반의 CRISPR-Cas9 시스템이 환자의 치료를 포함한 생체 내에서의 유전자교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실제로 ornithine transcarbamylase (OTC) 유전자의 결핍에 의해서 생기는 유전성 간질환 마우스 모델에 이러한 시스템이 사용되었다(6). 이 연구에서 사용된 sparse fur ash (spfash) 마우스는 OTC 유전자의 네번째 exon의 끝인 splice donor site에 G→A point mutation가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splicing이 유도되어 OTC mRNA와 단백질 수준이 정상에 비해 1/20 정도로 줄어 든다. 이 돌연변이를 교정하기 위해서 Staphylococcus aureus로부터 유래된 SaCas9을 하나의 AAV 벡터에, sgRNA 발현과 교정을 위한 template DNA를 또 다른 AAV 벡터에 넣어 두 개의 AAV 벡터를 사용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대략 10% 정도의 간세포에서 유전자교정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설명한 마우스 연구는 모두 질환모델마우스에서, 마우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고치기 위한 연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환자에게 직접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CRISPR-Cas9 치료후보 물질이 사용된 것이 아니다. 다음의 예를 통해 그 해결방안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지난 주에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으로 환자의 몸에 CRISPR-Cas9 치료제가 투여됐다는 뉴스가 나왔다(7). 이는 Editas Medicine과 Allergan, 두 회사에 의해 진행되는 임상시험(ClinicalTrials.gov number, NCT03872479)의 첫 시도로 진행되었다. 이 임상시험의 대상질환은 Leber’s congenital amaurosis 10 (LCA10)으로, CEP290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유발되는 질환으로 아이가 장님으로 태어나거나, 10세 정도의 나이에 이를 때까지 서서히 시력을 상실하는 망막질환으로써 현재까지 치료법이 전혀 없다. 그 치료효과가 어떻게 나올지 매우 기대가 된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CRISPR-Cas9 치료제는 CEP290 유전자의 26번 인트론의 돌연변이인 LCA10-IVS26 (c.2991+1655A>G)을 자를 수 있는 것으로 EDIT-101 (또는 GN-151587)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임상시험에서 사용된 Cas9 치료제는 곧바로 환자에게 투여된 것이 아니라, 마우스 모델에서 유전자교정 효율을 조사한 후에 진행되었다(8).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한가지 발생한다. 다른 약물들과 달리 EDIT-101은 인간에게 특이적인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것으로 마우스 지놈(genome)에는 동일한 염기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EDIT-101의 유전자교정 효율을 확인하기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LCA10-IVS26 돌연변이와 그 주변 염기서열로 마우스 Cep290 유전자의 대응하는 염기서열을 교체하여 제작된, human CEP290 IVS26 knock-in 마우스 모델을 사용했다. 결국, human CEP290 IVS26 knock-in 마우스는 EDIT-101의 타겟 염기서열을 갖고 있어서, 이 마우스 모델에 EDIT-101을 전달하여 실제 망막조직에서 유전자교정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8). 


지금까지 우리는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한 유전자치료의 연구에 마우스 모델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알아보았고, 특히나 환자로부터 유래된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갖고 있는 질환모델 마우스의 쓰임새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환자유래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갖는 경우, 실제로 그러한 돌연변이가 마우스 모델을 통해 질환을 재현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CRISPR-Cas9 유전자치료제의 동물실험을 염두에 둔, 환자유래 돌연변이 염기서열을 갖는 “유전적으로 인간화된 질환모델 마우스”의 생산과 연구가 보편적으로 수행될 것이라고 여겨지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전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CRISPR-Cas9 유전자치료제가 생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참고문헌

Science, 337 (6096), 816-21, 2012.

Science, 345 (6201), 1184-1188 2014.

Nat Biotechnol, 32 (6), 551-3, 2014.

Nature, 520 (7546), 186-91, 2015.

Nat Commun, 8, 14500, 2017.

Nat Biotechnol, 34 (3), 334-8, 2016.

Nature, 05 March 202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0655-8).

Nat Med, 25 (2), 229-23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