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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실험동물학회 뉴스레터 2020년 3월
[과학이슈] 동물 이종장기 이식 활성화

동물 이종장기 이식 활성화


서울대학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이종이식 영장류 전임상시험 담당수의사 김종민 박사



서론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고등학교 시절, 생물학 교과서 마지막 장에서 공부했던 기억에 선명하다. 그 마지막 장에서는 미래 생물학분야의 과학기술 개발에 따른 전망을 예측하면서, 돼지장기를 이용한 이종이식 기술이 질병치료를 위한 임상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 이후 수의사가 되었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서 이종이식 영장류 전임상시험 담당 수의사로서 돼지 각막과 췌도의 영장류 전임상시험의 IXA(International Xenotransplantation Association)의 가이드라인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본 저자가 7년 동안 사업단에서 이종이식 영장류 전임상시험을 연구한 경험과 4번의 국제이종이식학회 및 2번의 국제이식학회(The Transplantation Society)를 참석하면서 파악한 이종이식 관련 외국 동향 등을 바탕으로 이종이식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영장류 전임상시험 담당수의사로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럼 지금부터, 교과서 한 페이지로 보았던 생물학의 미래 발전 모습이 가능성을 넘어 현실이 되는 이종장기 이식 활성화에 관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국제이종이식학회의 영장류 전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이종이식의 임상시험을 위해서 국제이종이식학회(IXA)는 이종원료동물로부터 이식할 장기 종류에 따라 적정 수준의 전임상 성적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임상에서 사용이 허가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여야 하고, 두 번째, 그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여 이종장기를 이식 받은 영장류 8마리 중 5마리 이상(또는 6마리 중 4마리 이상)이 최소 6개월 이상 생존하여야 하며, 그 중 1마리(또는 두 마리) 이상이 1년 이상 생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IXA에서 설정한 이 영장류 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은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과학적인 합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Xenotransplantation. 2014;21(5):420-430., Xenotransplantation. 2016;23(1):46-52).


최근 이종이식 영장류 전임상시험 성적

이종이식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오랜 노력으로 이종장기를 이식받은 영장류의 생존기간은 장기 종류에 따라 수일(폐장, 간장)에서 최대 1000일(각막, 췌도, 이소성 심장)까지의 성적을 얻었다(그림1). 이는 다양한 면역억제제 개발, 원료동물로서 형질전환돼지 개발, 연구자의 의학기술 발달 등의 요인에 의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장기별 영장류 전임상 최장 생존일. (Curr Opin Organ Transplant. 2017 22: 513–521.)



특히, 동소성 심장 이식의 경우 2017년 연구 당시 60일 생존하였으나(그림1), 2018년 독일에서의 연구 결과 바분 원숭이 5마리 이상이 180일 이상 생존하였고, 그 중 1마리는 195일 이상 생존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Nature 564, 430–433, 2018). 현재, IXA의 영장류 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켜 임상시험이 가능해진 이종이식 분야는 3분야이며, 각각 돼지 각막이식(한국), 돼지 췌도이식(한국) 그리고 돼지 심장이식(독일)이다.


향후 연구 방향

형질전환돼지 국내 보유현황


국내 많은 학교, 연구소 및 기업에서는 이식장기를 제공하는 원료동물로서 여러 종류의 형질전환돼지를 보유하고 있고(표 1), 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의 도입으로 더 다양해질 것이다.





표1. 국내 형질전환돼지 보유 현황 리스트 (Xenotransplantation. 2019 Jan;26(1):e12488)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한 면역억제 프로토콜 확립의 중요성


원료동물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 나타나는 면역반응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종이식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이식 장기 종류에 따라 부작용은 적고, 장기이식의 성적은 좋은 면역억제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것이 임상시험으로 가는 첫 번째 관문이다.


돼지 장기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사람 동종이식에서 사용되는 면역억제 프로토콜과 비교 시 최소 동일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면역억제제가 필요하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에서는 야생형 돼지(wild-type; 유전자변형이 없는)의 각막 및 췌도의 영장류 이종이식 연구 결과, IXA(국제이종이식학회)의 영장류 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켰다. 이 때 IXA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각 면역억제 프로토콜에는 동종이식에 사용하지 않는 면역억제제가 사용되었는데, 각막 이식에서는 basiliximab, tacrolimus, rituximab 등이, 췌도 이식에서는 Belimumab, Abatacept, Tofacitinib, Tocilizumab이 사용되었다. 이처럼 영장류 전임상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이종이식은 훨씬 많은 면역억제제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이종이식이 임상시험으로 진입하는데 난관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종이식 영장류 전임상시험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연구되어야 한다. 첫째는 면역억제제 사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원료동물로서의 다중형질전환돼지를 개발하는 것, 둘째는 면역억제 효과는 좋고 부작용은 적은 임상에 사용 가능한 면역억제제를 개발하는 것, 셋째는 regulatory T cell, mixed chimerism, donor specific tolerance induction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면역억제제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면역관용을 유도하여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기술 개발이다. 두 번째 경우인, 임상시험에서 혈전발생으로 탈락된 anti-CD154 monoclonal antibody의 변형을 통한 연구가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인데, 이 monoclonal antibody를 혈전발생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임상에 사용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로 개발 중이다.



돼지의 장기 이식에 따른 Porcine endogenous retrovirus (PERV) 감염성 우려


돼지에서 사람으로의 장기이식 시에 인수공통전염병으로 과학자들은 PERV의 감염 잠재력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몇 년 전에 중국 Wei Wang 그룹(돼지의 naked islet 사용)과 일본 오츠카제약(돼지의 encapsulated islet 사용)은 돼지 췌도를 사람에 이식한 후 PERV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과학자들은 돼지 췌도를 사람에 이식 시 PERV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Harvard 대학의 유전체학 전문가인 George Church 교수의 실험실에서는 돼지세포에서 PERV를 불활화하는데 성공하여 2015년 Science 저널에 게재하였다.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Luhan Yang 박사는 중국 항주에 Qihan bio社를 설립하여 PERV free 돼지를 생산하였으며, neonatal pancreatic cell clusters (NPCC)를 이용하여 당뇨가 유발된 영장류에 PERV free 돼지의 췌도를 이식하는 전임상시험을 연구 중이다. 지난 2019년 12월, 본 저자는 이 Qihan bio社에 초대되어 해당 연구기관의 제2차 영장류 전임상시험에 대하여 연구와 관련한 조언을 줄 수 있었다. 향후, Qihan bio社에서 생산된 PERV free 돼지가 장기 이식을 위한 원료동물로 사용된다면 PERV 감염에 대한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 돼지 barrier 시설 및 GMP 시설 구축 및 돼지 장기 제품화


IXA(국제이종이식학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한 원료동물로서의 돼지는 지정병원체부재(Designated pathogen free; DPF)급의 미생물성적을 받아야 한다.  국가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IXA는 국가별 DPF 리스트를 권고하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종이식용 돼지의 DPF 리스트가 정립되어 있지 않다.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돼지의 DPF 리스트가 음성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조만간 우리나라의 DPF 리스트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DPF 돼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barrier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며, 현재 국내에서 돼지 barrier 시설을 보유한 기관은 표 2와 같다. 




표 2. 국내 pig barrier 시설 리스트 (Xenotransplantation. 2019, 26: e12488)



돼지 장기의 이종이식 임상시험을 위해서는 IXA의 영장류 전임상시험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상시험이 가능한 면역억제 프로토콜을 완성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원료동물인 돼지를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시설에서 생산 후 관계기관으로부터 GMP 인증과 자가기준 및 시험방법 인증을 거쳐 돼지 장기의 제품화가 되어야 한다. 관계기관으로부터 이 두가지 인증을 받는 과정은 임상시험에 사용할 돼지 장기 제품의 안전성과 적격성을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많은 예산이 향후 이종이식의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종이식의 전망

영장류를 제외한 하위 동물에 존재하는 주요 carbohydrate 항원인 galactose-α1,3-galactose(Gal) 를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Galactosyltransferase knock-out 돼지(Science. 2002;295(5557):1089-92)가 2002년에 생산되면서 1차 이종이식연구의 붐이 시작되었고, CRISPR-CAS9이 개발되면서 다수의 형질전환돼지(돼지 장기의 면역반응을 회피하기 위한 다수의human gene knock-in 돼지, Gal을 포함하여 다수의 carbohydrate 항원 knock-out 돼지, PERV free 돼지 등)를 생산할 수 있음으로 2차 이종이식연구의 붐이 일어나고 있다(Xenotransplantation 2.0, Nature Biotechnology volume 34, page1, 2016). 


향후 외국의 전문가들이 얘기하는3차 이종이식의 붐이 어떠한 테마로 도래했다고 말할지 알수 없으나, 국내에서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20년 8월 말에 시행될 것이므로 향후 이 법을 토대로 이종장기의 임상시험은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향후 이종이식이 사람 간의 동종이식을 대체하려고 할 때는 GMP 시설에서 생산된 돼지장기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면역억제 프로토콜이 동종이식 수준까지 낮춰지면서 이식 생존률도 동종이식과 유사하거나 길어지고, PERV에 대한 안전성 확립 등의 종합적인 상황이 이식 임상의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때, 이종이식이 임상에서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되며, 본인은 아직도 이종이식의 임상 상용화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되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교, 기업, 연구소 등에서 꾸준한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진행되어 과학기술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이종이식의 상용화는 가능하리라고 본다.